소니·넷플릭스 만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국 제작이 못한 이유는?

2025년 들어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단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입니다. 이 작품은 소니 픽처스와 넷플릭스가 협력해 제작했으며, 한국의 전통문화와 K-pop을 결합한 독특한 콘셉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은 K-pop 걸그룹 ‘헌트릭스’로, 그들이 라이벌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와 대립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신선한 설정과 화려한 음악, 그리고 한국적 정서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흥행 지표를 살펴보면,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고, OST 곡인 ‘Golden’은 빌보드 차트와 영국 공식 싱글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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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 업계의 아쉬움

그러나 작품의 성공 소식은 한국 콘텐츠 업계와 국내 OTT 업계에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류제명 제2차관은 국제 스트리밍 행사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왜 우리가 제작하지 못했을까. 참 가슴 아프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티빙(TVING) 최주희 대표 역시 “저도 참 뼈아프다”며, 해당 작품이 국내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었다면 더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즉, 한국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해외 기업의 손에서 탄생하고 흥행한 현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입니다.

국내 OTT의 현실: 왜 시도하지 못했나?

국내 OTT 업계가 이 작품을 제작하지 못한 이유는 재정적 한계와 투자 마인드 부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적자 구조
국내 OTT들은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예능 같은 실시간 소비 콘텐츠 제작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애니메이션 제작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 부족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 “아이들만 보는 장르”라는 편견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성인 시청자를 겨냥한 작품을 기획하거나 투자하려는 시도가 적었고, 이 때문에 글로벌 트렌드와 괴리가 발생했습니다.
플랫폼 경쟁력 차이
넷플릭스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왔지만, 국내 OTT들은 제한된 시장 규모와 자본력 탓에 공격적인 전략을 펴기 어려웠습니다.

감독과 제작진의 비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은 “넷플릭스와 소니 픽처스는 오랫동안 K-컬처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을 꿈꿔왔다”며, 이번 작품은 그 비전을 실현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작품은 성인 시청자들을 포함한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며,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지배력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투자에 있어서도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3’, ‘폭싹 속았수다’ 같은 대작을 선보이며, 회당 출연료만 4~5억 원을 투자하는 등 파격적인 제작비를 지원합니다.

그 결과, 콘텐츠 제작 단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동시에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국내 OTT들이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대응할 자본력과 전략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시장 점유율 현황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여전히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구독자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단일 플랫폼이 절반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것은 넷플릭스가 처음입니다.
요금제가 국내 OTT보다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경쟁력 하나만으로 시장을 장악한 셈입니다.

이는 결국 “콘텐츠가 플랫폼을 지배한다”는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남긴 교훈

이번 사례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성공을 넘어, 한국 콘텐츠 산업 전반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투자의 필요성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은 안정적인 자본력과 장기적 관점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편견을 깨는 시도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아이들만의 장르가 아니며, 글로벌 성인 시청자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국내 OTT의 전략 전환 필요
단기적인 흑자 전환보다, 장기적인 문화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결론

넷플릭스와 소니 픽처스가 손잡고 만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성공 뒤에는 국내 OTT의 한계와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장르 개척이 절실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한국적인 성공작”이 해외 제작사 손에서 탄생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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