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 보유국-수요국 호혜공급망 구축이 한국에게 주는 기회와 과제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공급망 안보가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반도체·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면서, 해당 광물의 보유국과 수요국 간의 관계가 단순한 자원거래를 넘어 안보·경제·외교가 얽힌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5년 11월 22~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제3세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보유국과 수요국이 혜택을 공유하는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왜 ‘호혜적 공급망’이 중요한지, 그리고 한국이 어떤 위치에서 이를 추진하고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핵심광물의 의미와 현재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

먼저 ‘핵심광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핵심광물이란

핵심광물은 기술·경제·국가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광물로, 일상생활의 전자기기부터 첨단 산업 -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풍력발전기 등 - 에 필수적으로 들어갑니다.
예컨대 희토류(rare earths)는 전기모터·풍력터빈·레이저 등 다양한 첨단기기에 광범위하게 쓰이며, 그 공급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주요 리스크로 지적돼 왔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구조와 리스크

예컨대 중국은 희토류 생산과 정제·분리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의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에 생산·정제 기반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공급 리스크로 이어지고, 무역마찰이나 수출통제로 인해 전체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요국 입장에서는 자원 다변화·공급망 신뢰성 확보가 필수이며, 보유국 입장에서는 단순 채굴 수출만이 아니라 가치사슬(Value Chain) 공동구축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과제로 떠오릅니다.

2. 이재명 정부의 접근 : 한국의 전략적 전환

이재명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자리에서 한국이 이 분야에서 ‘안보 파트너십’ 및 ‘호혜적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한국이 주목해야 할 전략적 포인트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보유국·수요국 간 ‘호혜적’ 모델

– 단순히 보유국이 수출하고 수요국이 사들이는 일방적 관계를 넘어서, 보유국과 수요국이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상호 이익을 갖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대통령은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습니다.
– 예컨대 보유국이 자원 채굴만 맡는 것이 아니라 정제·가공·연구개발(R&D) 파트너로 참여하고, 수요국은 기술·시장·투자를 제공하는 식의 상생 구조가 가능합니다.

(2) 한국의 의장국 역할 및 국제협력 확대

– 한국은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 의장국으로서 국제 협력을 선도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 또한, ‘한-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 등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 등 보유 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신뢰 기반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 이는 한국이 단순히 기술·시장 수요국 입장에서 벗어나 보유국–수요국 브리지(연결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3) 산업과 안보의 융합 중요성

– 핵심광물 공급망은 단순 자원 거래를 넘어 안보·산업역량·기술경쟁력과 직결됩니다.
– 한국은 반도체·배터리·AI 등 첨단산업에서 수요국으로서 입지가 크므로,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는 곧 국내 산업 생태계의 리스크 관리이기도 합니다.

3. 호혜적 공급망 구축이 한국에 주는 의미

한국이 이 전략을 추진할 경우 얻게 될 장점과, 동시에 직면할 수 있는 과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장점 – 기회

산업 경쟁력 강화: 핵심광물 안정적 확보는 전기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반도체 등 산업에 투입되는 원자재 리스크를 줄여주며, 이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외교·경제 동시 진전: 보유국과의 협력은 단순 자원 확보를 넘어, 인프라 투자·기술협력·공정무역 플랫폼 구축 등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공급망 회복력(Resilience) 확보: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한 구조를 벗어나 다원화된 공급망을 갖추면 글로벌 쇼크(예: 지정학 리스크, 수출규제)에 대한 방어력이 커집니다.
가치사슬 참여 확대: 한국이 채굴-정제-가공 단계에 적극 참여하면 원자재 수입국을 넘어 ‘중간 및 상위 가치사슬’ 국가로서 입지를 높일 수 있습니다.

과제 – 리스크 및 준비사항

채굴·정제 역량 부족: 국내에는 광물 채굴이나 정제 산업 기반이 아직 충분치 않아, 해외투자 및 협력이 필수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희토류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80% 이상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보유국과의 신뢰 구축: 보유국이 갖는 자원주권, 환경·인권 이슈, 투자안정성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호혜적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이 중요합니다.
가치사슬 참여의 복잡성: 채굴 → 정제 → 가공 → 재활용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구축하려면 기술·자본·인프라 등이 필요하며, 단기간에 단순히 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핵심광물은 지정학적 무기화 가능성이 있어 수출제한, 관세, 무역분쟁 등에 민감한 분야입니다. 중국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4.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적 제언

한국이 실질적으로 호혜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이를 산업·외교·안보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이 필요합니다.

전략 1: 해외 자원개발 및 가치사슬 공동투자

보유국에서 단순 채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정제·가공 + 기술이전 + 인프라 구축 등에 참여해야 합니다. 아프리카 등 자원보유국에서의 인프라 투자, 교육·기술협력도 호혜적 모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전략 2: 다자협력 플랫폼 강화

한국이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 의장국으로서 주도하는 만큼, 보유국·수요국이 참여하는 다자협력 플랫폼을 통해 공동 비축, 공급망 위험 대비 체계, 조기경보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무역·투자·환경·인권을 포함한 포괄적 기준 마련이 중요합니다.

전략 3: 국내 산업 연계 강화

한국의 반도체·배터리·AI 등 산업과 핵심광물 공급망을 연계해 ‘원자재 확보 → 기술개발 → 산업생산 →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 생태계(Circular Economy)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수입 원자재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가능합니다.

전략 4: 투명성과 지속가능성 확보

보유국과의 협력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을 충족하고, 채굴 환경 개선·지역사회 참여·공정거래 등을 포함해야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이 가능합니다.
또한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여서 무기화 리스크나 국제적 비판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5. ‘상생형 공급망’이 만드는 미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자원 수급 확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국이든 수요국이든 서로 혜택을 나누며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자”는 상생(호혜)형 공급망 모델을 제언한 것입니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AI 등 미래산업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이 전략을 통해 산업 리스크를 줄이고,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공급망 질서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를 실질적 성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인프라·해외투자·다자협력 플랫폼이 함께 따라가야 하며, 채굴·정제 역량 등이 부족한 현재 상태에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합니다.
결국 미래 공급망 경쟁은 단순 자원 확보를 넘어서 가치사슬 전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량의 경쟁이 됩니다.

한국이 호혜적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을 통해 글로벌 산업·무역·외교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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