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7일, 일본의 전 총리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가 향년 101세로 별세했습니다.
그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일본의 전쟁 책임과 아시아 침략에 대해 사과한 정치인으로,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가장 진정성 있는 반성의 목소리를 남긴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한 정치인의 별세가 아니라, 일본의 역사 인식과 동아시아 관계에 큰 의미를 던지는 사건입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평생을 사회정의와 평화에 헌신한 정치인
무라야마 도미이치는 1924년 일본 오이타현(大分県)에서 태어나 가난한 집안 환경 속에서도 정치에 뜻을 두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일본 사회당(현 사회민주당)의 대표적인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1994년 그는 자민당과의 연립을 통해 제81대 일본 총리(1994~1996)에 취임했는데, 이는 전후 일본 역사에서 비자민 계열 정치인이 총리가 된 드문 사례였습니다.
그의 재임 기간은 짧았지만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졌습니다.
1995년 고베 대지진, 그리고 같은 해 발생한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는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고, 그는 국가 재난 대응의 중심에서 국민을 위로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 세계에 그 이름을 남긴 것은 바로 1995년 8월 15일 발표된 ‘무라야마 담화’였습니다.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깊은 반성과 사죄를” —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적 의미
무라야마 담화의 정식 명칭은
「전후 50주년 종전기념일을 맞이하여(戦後50周年の終戦記念日にあたって)」입니다.
이 담화는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과거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과한 최초의 정부 문서로, 오늘날까지 일본의 전쟁 책임을 평가하는 기준점으로 여겨집니다.
무라야마는 담화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일정 기간에 걸쳐 일본은 잘못된 국가 정책을 따라 전쟁의 길로 나아갔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통해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의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초래했다.
이와 같은 잘못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겸허한 마음으로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다시 한번 깊은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뜻을 표한다.”
이 문장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전후 일본 정치가 공식적으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로써 일본은 패전 후 처음으로 ‘침략’이라는 단어를 정부 담화에 명시했으며, 이는 국내 보수층의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평화와 화해를 선택한 역사적 결단이었습니다.
한일 관계 속에서의 무라야마 담화, 진정성 있는 사죄로 기억되다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침략을 직접 겪은 나라들에게 무라야마 담화는 가장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과거 일본 총리 중 유일하게 진심으로 반성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이후 일본 총리들이 발표한 담화나 발언은 언제나 ‘무라야마 담화’를 기준으로 비교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밝혔고,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 또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이어받는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은 ‘사죄’의 직접적 표현을 피하면서 논란을 낳았고, 이로 인해 무라야마 담화의 진정성이 다시 조명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일제강점기 피해자,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라야마의 담화가 보여준 ‘솔직한 사죄와 반성의 태도’가 오늘날 일본 정치에 부재하다는 점이 자주 지적됩니다.
일본 내 평가 — 진보의 상징, 보수의 비판 대상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 내에서도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진보진영은 그를 ‘전쟁 책임을 직시한 용기 있는 총리’로 평가했지만,
보수진영은 “국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라야마는 이후에도 꾸준히 “역사 왜곡은 일본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라고 강조하며,
평화헌법(일본 헌법 9조)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과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그의 삶은 단순한 정치인의 경력을 넘어, 일본 사회에서 양심과 평화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101세의 생을 마감한 평화의 정치가
2025년 10월 17일, 무라야마 도미이치는 오이타현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습니다.
일본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정치인들, 시민단체, 그리고 한국·중국·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의 외교 인사들이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의 사망은 일본 사회에 큰 울림을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담화와 철학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잘못된 과거를 직시하고,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오늘날 역사 수정주의가 만연한 일본 정치 현실 속에서 더욱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무라야마 담화 이후의 30년, 일본은 얼마나 변했는가
1995년 이후 30년이 흐른 지금, 일본의 역사 인식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침략’ 대신 ‘진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우익 단체들은 여전히 무라야마 담화를 “자학사관(自虐史観)”이라 부르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무라야마 담화를
“일본의 진정한 사죄의 기준”,
“동아시아 평화의 출발점”으로 평가합니다.
한국에서도 무라야마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SNS와 커뮤니티에는 “진심으로 사과했던 유일한 일본 정치인”,
“그의 용기를 기억하자”는 추모 글이 이어졌습니다.
마무리 — 한 정치인의 죽음, 그러나 반성과 평화의 메시지는 살아 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의 죽음은 일본의 근현대사에서 큰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그는 권력보다 진심을 선택한 정치인이었고,
국가의 과거를 직시하며 이웃 국가와의 화해를 시도한 일본 정치의 양심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담화는 지금도 일본과 한국, 그리고 아시아 전체가
역사를 바라보는 거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죄와 반성, 그리고 평화를 향한 길 —
무라야마 도미이치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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